후보는 뛰고 있는데 규칙은 이제야 정해집니다, 이것이 지방선거 불신의 출발점입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서야 국회가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 상향과 중대선거구 확대를 뒤늦게 합의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후보들은 이미 뛰고 있는데 정작 어떤 규칙 아래 경쟁하는지는 막판에 정해지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런 벼락치기식 선거제도 손질이야말로 유권자 신뢰를 가장 먼저 깎아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합의 내용만 놓고 보면 의미 있는 변화도 있습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비율을 10%에서 14%로 올리고, 일부 지역에 중대선거구를 확대하는 방향 자체는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 시한을 넉 달이나 넘기고 공청회 한 번 없이 처리했다면 방향이 좋아도 절차의 정당성은 약해집니다. 결국 바뀐 판을 가장 급하게 익혀야 하는 쪽은 유권자와 후보이고, 가장 덜 손해 보는 쪽은 늘 협상 마지막에 움직이는 거대 정당입니다.
지방자치는 생활정치입니다. 교통, 돌봄, 재개발, 복지처럼 시민 일상에 직접 닿는 선거일수록 룰은 누구보다 먼저 확정돼 있어야 합니다. 선거 직전에 의석 비율과 선거구 방식을 조정하는 관행을 끊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정책 경쟁보다 유불리 계산이 선거를 설계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입니다.